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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내 인생 영화] 위플래쉬 : 완벽을 위한 대가는 무엇일까?

by epros0416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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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포스터

위플래쉬: 완벽을 위한 대가는 무엇일까?

영화 위플래쉬를 보고 나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게 과연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걸까, 아니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걸까? 데이미언 셔젤이 2014년에 선보인 이 작품은 단순히 천재 드러머와 그를 몰아붙이는 스승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집념과 희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앤드루(마일스 텔러)와 플레처(J.K. 시몬스)의 숨 막히는 대립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줄거리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명장면과 감독이 던진 메시지는 다시 곱씹을수록 새롭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핵심 장면을 통해 셔젤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일과 사랑이라는 두 축이 어떻게 얽히는지 살펴보며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아가 보려 한다.

1. "Not Quite My Tempo" -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광기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강렬하게 남았던 장면은 플레처가 앤드루에게 "Not quite my tempo"라며 연주를 멈추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 한 마디는 단순히 박자가 어긋났다는 지적이 아니라, 플레처가 앤드루의 영혼까지 쥐어짜려는 첫 신호였다. 그 뒤로 이어지는 고함, 의자 던지기, 그리고 앤드루의 땀과 피가 뒤섞인 드럼 스틱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셔젤은 이 장면에서 완벽주의가 얼마나 집요하고 파괴적인지를 드러낸다. 플레처는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천재를 만들기 위해선 극단적인 희생이 필요하다고 믿는 인물이다.

이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셔젤이 여기서 보여주고 싶은 건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갈등이 아니다. 그는 예술을 향한 갈망이 얼마나 사람을 몰아붙일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조금씩 깎여 나가는지를 묻고 있다. 앤드루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드럼 헤드가 찢어질 때까지 연습하는 모습은 보는 나까지 숨이 턱 막히게 했다. 셔젤은 자신의 음악 학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장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현실감이 묻어난다. 완벽을 향한 길이 과연 아름다운 것인지, 아니면 광기에 가까운 것인지, 이 장면은 그 경계를 고민하게 만든다.

솔직히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났다. 플레처의 그 차가운 눈빛과 앤드루의 절박한 표정이 교차할 때마다,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니라 내 안의 어떤 갈등을 건드리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셔젤은 이 장면을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게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뒤흔드는 싸움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이 장면은 그 질문을 던진다.

 

2. 마지막 공연 - 승리인가, 패배인가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은 내게 있어 위플래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순간이다. 앤드루가 플레처의 계략에 휘말려 무대에서 망신을 당할 뻔하다가, "Caravan"을 연주하며 드럼 솔로로 반격하는 모습은 정말 전율이 일었다. 땀에 젖은 얼굴, 터질 듯한 근육, 그리고 플레처의 미소까지—이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셔젤은 이 순간을 통해 완벽을 향한 여정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장면을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은, 과연 이게 앤드루의 승리였을까 하는 점이다. 플레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인정의 표시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앤드루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셔젤은 이 모호함을 의도적으로 남겼다. 그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그 성공을 위해 잃은 것들이 과연 가치가 있었는지 관객에게 묻게 만든다. 앤드루는 무대 위에서 최고의 연주를 펼쳤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과 연인, 그리고 자신의 일부를 잃었다. 이 장면은 일에 대한 열정이 승리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뒤에 남는 공허함도 함께 보여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건, 어쩌면 이게 셔젤이 말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완벽을 향한 여정은 끝이 없고,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승리도 패배도 아닌, 그냥 계속 달려가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앤드루와 플레처가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나는 그들이 서로를 이해했다기보단 서로의 집념을 확인했다고 느꼈다. 그건 승리라기보단 또 다른 시작처럼 보였다.

 

3. 일과 사랑, 선택의 기로에서

위플래쉬를 보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건 앤드루가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과 헤어지는 장면이었다. 그가 "내가 드럼 치는 데 방해가 될 거야"라며 단호하게 관계를 끊는 모습은, 사랑을 희생하며 일에 모든 걸 바치는 그의 선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대사는 단순히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 앤드루가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며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나도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꿈을 위해 내가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

플레처 역시 일과 사랑의 갈등에서 한쪽을 택한 인물이다. 영화에서 그의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오직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데 모든 삶을 쏟아붓는 모습에서 그가 사랑 대신 일을 선택했음이 느껴진다. 셔젤은 이 두 캐릭터를 통해 일과 사랑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균형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앤드루는 니콜을 떠나보내고 마지막 공연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그 뒤에 남은 건 텅 빈 자리뿐이다. 이건 우리 모두가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일에 모든 걸 바쳤을 때, 과연 그게 나를 채워줄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앤드루가 니콜과 함께 웃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어쩌면 그가 진짜 잃은 건 그 따뜻한 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플레처는 그런 따뜻함을 애초에 거부한 사람처럼 보인다. 셔젤은 이 대조를 통해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우선시하는지에 따라 얼마나 다른 길을 걷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을 포기한 앤드루의 마지막 연주는 눈부시지만, 그 빛이 과연 그를 따뜻하게 감싸줄지는 끝내 알 수 없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위플래쉬는 데이미언 셔젤의 내면이 투영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경험과 완벽을 향한 갈망을 풀어냈다. 셔젤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성공의 대가를 묻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 생각은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플레처의 가혹함은 셔젤이 경험한 스승의 모습이고, 앤드루의 집념은 셔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반영한다. 마지막 공연에서 앤드루와 플레처가 서로를 마주 보는 순간, 셔젤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려는 듯 보인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삶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많은 것을 앗아가는지를 이 영화로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건 아마 관객 각자가 느끼는 바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에겐 이 영화가, 완벽을 위한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 강렬한 경험이었다.